데이터가 입증한 ‘시험의 가치’: 프린스턴, SAT/ACT 의무화로 회귀를 선언하다

1. 서론: ‘시험 선택제’ 시대의 종말인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 대학 입시에서 ‘시험 선택제(test-optional)’ 정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습니다. 많은 대학이 SAT/ACT 점수 제출을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바꾸며 입학 사정의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최근 프린스턴 대학교가 이러한 흐름을 뒤집는 중대한 발표를 했습니다. 과연 무엇이 이 명문 대학의 마음을 돌리게 했을까요?

2. 핵심 1: 데이터는 답을 알고 있다—시험 점수는 프린스턴에서의 학업 성공을 예측한다

프린스턴이 정책을 변경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지난 5년간 축적된 내부 데이터 분석 결과입니다. 대학 측은 시험 점수를 제출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프린스턴 입학 후 더 우수한 학업 성취도를 보였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주관적 판단이나 외부 여론이 아닌,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이라는 점이 이번 발표의 핵심입니다. 실제로, 시험 선택제 기간이었던 2029년 입학 클래스의 경우에도 지원자의 약 78%(미제출자 22%)가 시험 점수를 자발적으로 제출했다는 사실은 프린스턴의 데이터 풀이 결코 작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대학 측은 발표문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습니다.

“시험 의무화 재개 결정은 시험 선택제를 시행한 5년간의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해당 데이터에 따르면, 시험 점수를 제출하기로 선택한 학생들의 프린스턴 내 학업 성취도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더 높았습니다.”

3. 핵심 2: 대세를 따르되, 자신만의 시간표를 따르다

프린스턴의 이번 결정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이미 하버드, 펜실베이니아(유펜), 브라운 등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표준화 시험 점수 의무화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프린스턴은 그 시점에서 차별점을 보입니다.

다른 대학들이 2024-25년 또는 2025-26년 입학 주기부터 정책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 프린스턴은 2027-28년 입학 주기(2032년 입학 클래스)부터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상당히 이른 시점에 정책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현재 11학년 고등생들이 처음으로 이 요건을 적용받게 됩니다. 이러한 선제적 공지는 지원자, 가족, 그리고 고등학교가 변화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려는 의도로 보이며, 다른 대학들의 상대적으로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과 비교해 더 신중하고 투명한 접근 방식으로 평가됩니다.

한편, 예일대는 SAT, ACT, AP, IB 점수 중 선택 제출을 허용하는 ‘시험 유연제(test-flexible)’를, 컬럼비아대는 영구적인 ‘시험 선택제’를 유지하며 아이비리그 내에서도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4. 핵심 3: ‘필수’가 ‘전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험 점수 제출이 다시 의무화되었지만, 이것이 유일한 평가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프린스턴은 지원자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총체적 평가(holistic review)’ 원칙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표준화 시험은 여러 평가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을 뒷받침하는 두 가지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입학을 위한 최저 시험 점수 요건은 없습니다.
2. 현역 군인의 경우, 시험 응시 기회가 제한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점수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5. 결론: 입시의 미래를 엿보다

데이터에 기반한 프린스턴의 결정은 미국 대학 입시 지형에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신호탄입니다. 팬데믹이 촉발했던 ‘시험 선택제’라는 거대한 실험이 일부 명문대를 중심으로는 막을 내리고, 시험의 예측 타당성을 다시 인정하는 방향으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교육 형평성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그리고 이 새로운 입시 요건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될 오늘날의 고등학생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프린스턴의 이번 결정은 우리에게 더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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